소론(小論) 9

환은 환으로 치유한다.

들어가며 연일 마약을 한 연예인 기사가 방송되고 드라마에서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화제가 되고 사람이 죽고 태어나고 계절이 바뀌고 마음이 시시각각 바뀌는 세상에 살고 있다. `왜 나는 이런 바뀌는 세상에 잘 적응이 되지 않는 걸까`를 화두로 이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정답일까 어쩌면 정답은 있는데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리석은 나를 위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이것이 지금 내가 보는 세상에 대한 격의가 아닐까 한다. 환상 같은 세상 불교에서는 일찌감치 ‘모든 것은 변한다’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등 많은 정답을 경전을 통해 제시했다. 종교뿐일까 철학, 심지어 음악, 예술 작품에서 까지 얘기 하고 있지만 이것이 내..

소론(小論) 2024.03.02

우리는 한번도 본질을 본 적이 없다

-관업품·관법품에 관련해서- 용수의 목적은 개념으로 나열되는 법의 오류에 대한 시정이다. 불멸 이후 점점 모호해지는 붓다의 교법이 체계성이라는 명목 아래 촘촘해 지는 것을 경멸했을지도 모르겠다. 알 수 없는 개념에 붙들려 있던 사고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은 어떨 땐 허무하기 보다는 시원하다. 이 공 사상을 바탕으로 유식 이론에 설득력이 생긴다. 유식 사상에서 종자 이론을 통해 설명하려 했던 업의 이론은 공 사상과는 차별점이 있다. 공 사상에서는 바로 ‘업(業)’ 이란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 17장 「관업품」 21송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어째서 행위(karma, 業)는 생겨나지 않는가? 그것은 ‘독자적인 존재성(svabhāva, 定性)’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생겨나지 않..

소론(小論) 2024.02.28

기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 기도 아침 공양 시간에 귤이 올라왔다. 함께 기도하던 신도 자제분이 대학 입시에 붙어 공양하셨다. 귤 색깔과 소식 덕분에 아침부터 마음이 밝았다. 우리 절에서 기도하면 소원성취 된다는 과대광고가 날까 조심스러웠지만 보람 있고 좋았다. 겨울에 법당은 참 춥다.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면 법당 안의 다기 물이 얼 정도이다. 그런 날은 기도를 한다기 보다는 의무적인 의식이 된다.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속도도 빨라지곤 한다. 같이 동참하는 신도분에게 이런 마음이 들킬까 눈치도 보인다. 이렇듯 기도 시간은 온전히 `나 자신이 준비가 되었는가` 점검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기도를 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은 축원(祝願)을 할 때이다. 축원(祝願)은 말 그대로 `간절히 원하는 것을 비는 ..

소론(小論) 2024.02.28

대승기신론의 본각 개념에 관한 고찰

깨달음은 많은 수행자의 바램이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후 깨달음의 문제는 꽤 오랫동안 논의 되었다. 초기불교에서 대승불교로 이어지는 사상과 수행법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전했다. 그 중 대승기신론이 가장 총체적인 논서라고 생각해 본다. 본 글에서는 대승기신론에서 나타나는 본각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대승 불교 사상의 흐름을 이해하고 대승(본각)에 대한 믿음을 일으켜 수행으로 이어지는 방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1. 불각과 시각, 본각의 연계성 대승기신론(이하 기신론)에서 불각(不覺)은 아직 깨닫지 못한 범부이다. 자신의 진여를 깨닫지 못한 일반인을 가리킨다. 자신이 부처와 같은 깨달음의 씨앗, 또는 보물, 태아와 같은 본각(本覺)을 이미 갖고 있고 번뇌에 뒤덮여 가려진 본각을 되찾기 위해 ..

소론(小論) 2021.06.06

불교의 유연성

불교의 유연성 현대는 탈 종교의 시대이다. 불교적 관점으로 보면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서구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불교를 통해 발전시키고 있다. 이 점은 굉장히 흥미롭다. 그들에게 불교는 구체적인 활용 방안인 것이다. 기존의 절대적인 신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은 빼고 현실에 집중 한다. 부처님의 설법도 그러하였다. 다만 시대에 따라 사회의 흐름과 가치관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였을 뿐이다. 그렇게 불교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재 탄생해 왔다. 시대마다 가치를 이어온 불교가 탈 종교화 현상으로 `사라진다`는 것은 불교의 한쪽 면만 보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은 종교의 거품을 빼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탈 종교 시대의 불교적 삶이란 어떤 것일까 현대 종교의 특징을 통해 불교적인 삶의 방식..

소론(小論) 2020.12.08

인생의 잠언-법구경을 읽고-

인생의 잠언, 법구경을 읽고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다. 편입을 해서 학부 기간이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짧지만 굵직한 시간이기도 했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는 얼씬도 못했다. 덕분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좋은 점도 있었지만 뭔가 아쉽다. 싱숭생숭한 마음에 버스에 오른다. 가다가 아무 정류장에 내렸는데 낯선 도시다. 급히 지도를 편다. 지도 이름은 법구경이다. 법구경과의 만남은 이랬다. 사람으로 태어나기 어렵고 목숨을 유지하고 사는 것 또한 어려우며 이 세상에 부처님이 계시기도 어렵고 부처님의 설법을 듣는 것은 더욱 어렵다 (법구 182) 법구경은 부처님의 원음과 같은 말씀의 모음집이다. 장구한 역사와 같은 많은 사상, 역사, 경전들에게 치일때쯤 법구경 같은 단순함은 마음의 쉼을 준다. 꼭..

소론(小論) 2020.11.06

현대 사회와 종교의 변화에 대한 고찰

현대 사회 종교의 변화에 대한 고찰 모든 것은 변한다. 변한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실감할까? 작게는 내 자신의 변화부터 넓게는 세상이 변하는 것으로 확인하곤 한다. 그럼 변한다는 것은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할까? 처음 TV나 영화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연극이 사라질 것이라 했다. 그러나 `연극`이라는 장르는 수요가 줄었을 뿐 없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문화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종교는 어떠할까? 인간의 근원적인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는 한 종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다만 시대에 따라 변화할 것이다. 권위와 공적인 의미보다 개인적이고 사적인 선택의 문제가 될 것이다.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현대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종교의 흐름을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소론(小論) 2020.10.21

무엇을 의지 하는가?

무엇을 의지 하는가? 개학이 며칠 안 남았다. 20년 만에 다시 시작한 대학 생활도 벌써 2년째이다. 불교학을 전공하는 것은 사실 20년 전의 나는 상상도 못 했다. 그때는 전혀 다른 꿈을 꾸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힘들게 수행자의 길을 선택했을 땐 모든 것이정리되었을 때 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비로소 나 자신을 인정하기 시작했던 순간이지 싶다. 억지로 입고 있던 맞지 않은 옷을 벗었을 때의 홀가분함도 있었다. 순탄하지 않은 길이지만 다시 그 옷을 입고 싶진 않다. 다시 돌아온 대학 생활은 그때의 대학 생활과는 사뭇 다르다. 같은 학과 동기, 선배들보다는 혼자 일과를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내 공부 따라가기 바빠 주변에 별반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정보를 얻고자 가입하게 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그..

소론(小論) 2020.09.02

수행자의 기준

수행자의 기준 2020년은 시작부터 달랐다. 뜻하지 않는 돌림병으로 세상이 온통 마비 상태였다. 지금도 백신이 나오지 않는 이상 주의해야 할 일들이 많다. 한편에선 다시 일상 생활로 돌아가는 것은 무리 일 것이라 했다. 도통 생각지 못한 일이라 믿기지 않았지만 그렇게 시작된 올해가 벌써 반이나 지났다. 붓다의 시점의 세상은 원래 고통의 세계이다. 탐욕과 분노,어리석음등 마음의 번뇌들이 사라지지 않은 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늘 `고통`을 안고 살아갈 뿐이다. 그 안에서 `행복`을 얘기하는 것은 거짓말 같다. 오히려 아프다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그렇다고 출가한 수행자들이 다들 비관주의자인가? 딱히 그렇지도 않다. 출가자들의 성격도 가지 각색 인데다 완전한 열반을 얻지 못하는 한 일반 범부와 같다. 다만..

소론(小論) 2020.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