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론(小論)

불교의 유연성

법광스님 2020. 12. 8. 09:26

불교의 유연성

 

현대는 탈 종교의 시대이다. 불교적 관점으로 보면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서구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불교를 통해 발전시키고 있다. 이 점은 굉장히 흥미롭다. 그들에게 불교는 구체적인 활용 방안인 것이다. 기존의 절대적인 신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은 빼고 현실에 집중 한다. 부처님의 설법도 그러하였다. 다만 시대에 따라 사회의 흐름과 가치관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였을 뿐이다. 그렇게 불교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재 탄생해 왔다.

시대마다 가치를 이어온 불교가 탈 종교화 현상으로 `사라진다`는 것은 불교의 한쪽 면만 보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은 종교의 거품을 빼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탈 종교 시대의 불교적 삶이란 어떤 것일까 현대 종교의 특징을 통해 불교적인 삶의 방식과 그 실천 방안을 알아보고자 한다.

 

현대 종교 특징을 먼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였다. 1.사회적 특성 2.종교적 특성 3.기능적 특성이다.

 먼저 첫 번째 사회적 특성은 개인적 생활 중심과 느슨한 연대, 지도자 중심이 아닌 대중적 합의 통한 활동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특성을 통해 그간 전통 종교의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이었던 종교의 폐단에 대항하고자 했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 시대에도 기존의 종교인 힌두교와 카스트제도가 아닌 새로운 질서로 승단을 이끌어 가셨다. 집단으로 모인 승단을 유지하되 개개인의 수행 생활을 중요시 하셨고 권위와 자신의 이익 보다는 거리에 유행하며 대중과 함께 하셨다.

두 번째 현대 사회의 종교적 특징은 신 중심을 벗어나 인간 중심의 사상, 자발적 기부, 의례 의식과 엄격한 계율의 탈피 등을 들 수 있다. 신 중심의 기독교적 사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인간의 권리를 주장하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관습적인 헌금, 보시등의 면죄부를 걷어내고 거추장스런 의례 의식, 계율을 벗어던졌다. 그리고 자신들의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부처님의 출발도 그러했다. 아마 이 시대에 부처님이 타임머신을 타고 오신다면 어쩌면 우리들은 부처님조차 못 알아볼지도 모르겠다. 불교 역시 시대에 부흥 하여 과감히 종교성의 폐단을 고쳐나가야 한다. 그 동안 불교 내의 정화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대에 따라 흥망 성쇄를 같이 해 온 불교를 현대의 잣대로 전통 종교라고 치부하는 것은 마치 부모님 세대의 성과와 가치를 부정하고 폐단과 오류만을 지적하는 것과 같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현대 종교의 기능적 특징은 온라인 활동을 통한 세계화, 과학 기술을 통한 가치 재확인, 몸 중심, 건강 중심의 프로그램 활성화, 자연주의를 통한 생태, 환경문제에 극복 방안을 들 수 있다. 인터넷 하나면 세계 모든 사람들과 연결 될 수 있는 시대이다. 인드라 그물망으로 연결된 화엄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 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각국의 다양한 종교의 단체는 이 그물망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불교도 마찬가지다 기능적 부분을 잘 활용한 불교는 대승이 아닐까 한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는 사상적 도구로 쓰여질 수 있다. 불교적 관점에서의 세계화는 이분법적 논리를 벗어나 중도적 관점을 갖고 다원주의적 가치관을 갖게 한다. 과학 기술의 발달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화엄적 세계관을 증명하고 있으며, 치료법으로 다시 태어난 명상은 바쁜 일상에 잃어버린 건강을 살리기 위한 도구로 응용되고 있다. 또한 청빈하고 무소유의 삶의 정신은 고도의 산업화로 잃어버린 생태 환경을 살리는 실천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간략하게 살펴본 불교의 유연성은 지금 현 시대의 당면한 흐름를 어떻게 수용하고

불교적인 모습으로 활용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불법이 생긴 이래 변하지 않는 것은 없었다. 다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진리 그 자체일 뿐이다. 하지만 그 방향이 어느 쪽인가는 우리들의 몫이다. 과학과 만난다면 불교의 진리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방법으로 쓰여져야 할 것이고 새로운 명상법이 생겼다면 불교적 관점으로 수용하고 활용해야 한다. 불교와 만나는 모든 것들을 그렇게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재 해석 해낸다면 탈 종교 시대의 불교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오히려 무궁무진한 자원을 토대로 활발발 해 질 것이다. 진정한 종교란 그런 것이 아닐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나가야 한다. 불교에서 진제와 속제가 구별되듯 진리적 측면과 활용의 측면은 분리되어 발전해 나가야 한다. 종교의 테두리에 묶여 있던 고정 관념의 봉인이 풀린다면 우리가 그토록 찾고 있는 우리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기를 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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