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론(小論)

대승기신론의 본각 개념에 관한 고찰

법광스님 2021. 6. 6. 12:17

<시작하는 글>

 

깨달음은 많은 수행자의 바램이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후 깨달음의 문제는 꽤 오랫동안 논의 되었다. 초기불교에서 대승불교로 이어지는 사상과 수행법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발전했다. 그 중 대승기신론이 가장 총체적인 논서라고 생각해 본다. 본 글에서는 대승기신론에서 나타나는 본각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대승 불교 사상의 흐름을 이해하고 대승(본각)에 대한 믿음을 일으켜 수행으로 이어지는 방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1. 불각과 시각, 본각의 연계성

 

대승기신론(이하 기신론)에서 불각(不覺)은 아직 깨닫지 못한 범부이다. 자신의 진여를 깨닫지 못한 일반인을 가리킨다. 자신이 부처와 같은 깨달음의 씨앗, 또는 보물, 태아와 같은 본각(本覺)을 이미 갖고 있고 번뇌에 뒤덮여 가려진 본각을 되찾기 위해 수행을 시작하는 것을 시각(始覺)이라고 한다. 본각(本覺)은 이 둘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존재한다. 본각의 공()과 불공(不空)의 모습은 불각과 시각의 모습으로 반연하여 일어난다. 본각의 공한 모습을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각이고 또한 발견하고자 노력하기에 시각이다. 그러므로 불각과 시각이 있음으로 비로소 본각이 있다. 불각이 있음으로 본각이 있고 본각이 있음으로 시각이 있다.

 

何以故 本覺義者 對始覺義說 以始覺者 卽同本覺

始覺義者 依本覺故 而有不覺 依不覺故 說有始覺

又以覺心源故 名究意覺 不覺心源故 非究竟覺

-[대승기신론 본문 중]-

 

그렇기 떄문에 기신론 원문에서 `以始覺者 卽同本覺`은 시각과 본각이 동일하다는 해석보다는 `번뇌즉보리와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서로 대치하지만 `그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다` 라는 연기적 관계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여기서 사용되는 본각의 개념은 불공적, 곧 생멸 변화하는 측면을 나타내는 것으로 본다. 시각은 자신의 본각을 깨닫게 되면 구경 각이라는 다른 개념으로 탄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불각은 근본적인 무명과 생멸 인연으로 일어나는 망념들의 집합체이다. 그러므로 불각이 있음으로 본각이란 존재가 확연해진다. 불각은 망념에 휩싸여 자신의 본래 모습을 깨닫지 못한 상태로 시각에 의지해서 자신의 망상을 걷어나간다. 기신론적 화법으로 풀자면 불각(不覺) () 본각(本覺)이라 볼 수 있다.

 

2. 본각의 활동

 

우리의 마음 안에 청정한 성품이 존재한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마치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딘가에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다` 라는 문장처럼 다소 문학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신론의 각의 표현은 보다 구체적이다. 추상적인 마음 활동인 ``은 어떤 방식으로 활동할까?

먼저 본각은 청정한 본체이지만 망념에 휩싸여 범부들은 자각(不覺)하지 못한다. 주로 거울에 비유되는데 거울은 비춰낼 뿐 거울 자체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그러므로 거울 자체 비추는 상은 평등하고 분별이 없다. 많은 선사들은 단지 거울에 비추는 상 에 끄달리지 말 것을 강조하셨다. 여기서 상은 한자어로 ,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그 체(거울)도 궁극적으로는 우리 마음이 만든 허상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의 번뇌 곧 육체적인 고()와 그것에 따른 느낌()은 마치 실체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기신론에서의 본각을 깨닫는 방법은 `이미 스스로 한번도 여읜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자체를 깨달아() 다만 망념(不覺)을 없앨 뿐이다` 라고 주장한다.

 

3. 본각의 특이성

 

 기신론의 본각은 독특한 특성을 갖는다 이른바 훈습작용이다. 훈습에는 두가지가 있는데 정법 훈습과 염법 훈습이 있다. 초기불교적 관점으로 본다면 조건 따라 변하고 생멸하는 법칙에 저장하고 훈습 된다는 새로운 이론이 부여된 것이다.

 사실 오염을 훈습하는 본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였다. 청정한 본래 그 자체이면서 무명을 훈습하여 오염된다 는 이론은 혹은 발견은 깨달음에 대한 실체를 파악하고자 했던 많은 수행자들의 고민이었을 것이다. 초기불교에서는 전오식과 의식 이외의 식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비담마에서도 `바왕가`라는 존재지속심이 있지만 잠재의식의 개념일뿐 본각과 같은 구체적인 활동을 하진 않는다. 다만 법의 고유한 실체성을 강조한다. 이것은 본각과 시각, 불각 개념과 닮아 있다. 하지만 개념의 오류를 주장하는 중관학의 공 사상이 발전하였고 유식 사상을 통해 윤회의 문제와 유식무경(唯識無境)을 의식의 심층 구조를 통해 증명하고자 하였다. 유식 사상과 여래장 사상과의 결합은 깨달음에 대한 문제를 보편화 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또 선종의 돈오돈수인가 돈오점수인가의 시점으로도 접근해 볼 수 있다. 깨닫고 나서도 닦을 업은 남아 있다는 돈오점수의 주장은 본각의 정법 훈습과 염정 훈습이라는 기신론 사상의 영향으로도 볼 수 있다.

 기신론의 훈습 개념은 깨달은 다음의 마음에 관한 이론이다. 초기 불교 속 깨달음은 최고의 높은 수준의 상태이지만 기신론에서는 과감히 그 틀을 깨버린다. 기신론 속의 각의 단계는 위로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 되어 있는 깊은 무의식의 정화를 목표로 한다. 인도 불교 전통 속의 성자 단계가 곧 사람의 가치, 인성 판단이라는 오랜 수행 전통에 대한 반발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현재 상좌부 전통의 초기 불교 수행법도 부처님 당시의 수행법을 그대로 전수했다고 보지 않는다. 부파 불교 시대로 넘어 오면서 지나치게 단계화 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초기 불교와 대승 불교가 전혀 다른 불교인가 그렇지만도 않다. 초기 경전 속의 부처님 말씀과 대승 불교적 사상이 비슷한 맥락을 갖는 부분도 찾아 볼 수 있다.

비구들이여, 이 마음은 빛난다. 그러나 그 마음은 객으로 온 오염원들에 의해 오염되었다. 배우지 못 한 범부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알지 못한다. 그리하여 마음을 닦지 않는다고 나는 말한다.”

비구들이여, 이 마음은 빛난다. 그 마음은 객으로 온 오염원들로부터 벗어났다. 잘 배운 성스러운 제 자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안다. 그러므로 마음을 닦는다고 나는 말한다.”

-[앙굿따라 니까야 1-6, 손가락 튀기기 품 ]-

 위의 경전 구절과 같이 초기 불교에서도 마음은 하나의 법으로 본다. 기신론에서 설명하는 본각도 하나의 법이지만 본래 밝은 청정심과 무명을 훈습한 염오심으로 나뉜다. 그것에 대한 설명은 기신론에서는 바탕의 청정함을 자각하고 있다면 염오심을 청정하게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4. 어떻게 살 것인가?

 

 기신론에서 본각을 깨닫는 것은 수행자는 어떻게 살 것 인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기신론에서 깨달음이란 무언가를 얻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에 있는 가장 고귀한 것을 자각하는 것에 있다. 대승 불교에서 발전해 온 많은 사상들과 수행 방법들의 총론이 대승기신론이다.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평등하고 타인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 나아가 자신의 본각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강조 한다. 이것이 대승의 보살 정신이다.

 본각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고 늘어나지도 줄지도 않고 이전에 생긴 것도 아니고 멸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여래장이라고 이름하기도 하고 중생심이 되기도 하며 모든 법신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모두 평등하고 다만 각자의 업식에 차별이 있을 뿐이다. 깨달음을 얻은 보살의 세계는 주관과 객관의 구별도 없고 부 사의한 세계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이 세상은 부처님 세계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을 위해 기신론은 친절하게 순서에 따라 발심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먼저 각 발심의 단계를 설정하고 단계마다 방편을 설한다. 초발심에서는 결정심이 중요한데 이것은 아비담마에서 요니소 마나시까라 (yonisomanasikra) 주의력 혹은 작의(作意)로 이름했다. 초발심 자경문의 초발심시변정각 (初發心時便正覺)도 앞서 말한 결정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기신론에서는 보살의 수행부터 수행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의 갖가지 수행 방편을 제시한다.

보살은 진여법에 대한 믿음을 갖고 십선(十善)을 행하고 대비심을 가져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육바라밀을 닦고 자신이 지은 공덕을 회향하고 자신의 진여를 자각하여 법신의 경지에 오르는 과정이다. 처음 시작하는 이들은 먼저 4가지 신심과 5문을 닦는다. 5문은 보시,지계,인욕,정진,지관이다. 또 염불 수행을 통한 정토사상까지 다양한 수행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승에 대한 바른 믿음과 문(),(),()를 통해 수행의 이익과 공덕을 쌓는 것을 강조한다.

 

 

<맺음말>

 

대승기신론은 대승을 일으키는 마음, 깨달음에 대한 이론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일반 논서의 전문성 보다는 대승에 대한 보편적인 사상을 총괄하고 권장하는데 목적이 있다. 수행서라고 하기엔 사상에 대한 비중이 높기 떄문이다.

이를 통해 기신론이 유통될 당시의 불교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본각 개념이나 보살의 개념은 전문 수행자들을 위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기신론 속의 많은 내용들이 후대에 추가됐을 수도 있다는 추측도 해 본다. 보살에 대한 수행 권장분이 끝나면 일반인들을 위한 수행 권선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자성 청정한 본각이 망념에 휩싸이는 기신론 사상은 평범한 인간의 모습 같다. 깨달은 이들에 대한 환상을 깨는 듯 하다. 하지만 우리는 청정한 본각의 순수성을 자각해야 한다. 그러나 망념은 필연적으로 존재하고 그것을 많은 개념들로 파악하고자 했다. 그것은 마치 세계의 출현과 같다. 미지의 세계와 같은 마음을 끊임없이 분석하고자 노력했고 그것으로 인해 하나의 사상 혹은 수행 방법으로, 종파가 탄생했다.

기신론은 본각 사상을 통해 일반인들이 보살이라는 세계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제시한다. 기신론은 대승 불자들의 의무인 사홍 서원을 실현시킬 수 있는 좋은 지침서가 되는 논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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