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8 3

우리는 한번도 본질을 본 적이 없다

-관업품·관법품에 관련해서- 용수의 목적은 개념으로 나열되는 법의 오류에 대한 시정이다. 불멸 이후 점점 모호해지는 붓다의 교법이 체계성이라는 명목 아래 촘촘해 지는 것을 경멸했을지도 모르겠다. 알 수 없는 개념에 붙들려 있던 사고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은 어떨 땐 허무하기 보다는 시원하다. 이 공 사상을 바탕으로 유식 이론에 설득력이 생긴다. 유식 사상에서 종자 이론을 통해 설명하려 했던 업의 이론은 공 사상과는 차별점이 있다. 공 사상에서는 바로 ‘업(業)’ 이란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 17장 「관업품」 21송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어째서 행위(karma, 業)는 생겨나지 않는가? 그것은 ‘독자적인 존재성(svabhāva, 定性)’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생겨나지 않..

소론(小論) 2024.02.28

기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 기도 아침 공양 시간에 귤이 올라왔다. 함께 기도하던 신도 자제분이 대학 입시에 붙어 공양하셨다. 귤 색깔과 소식 덕분에 아침부터 마음이 밝았다. 우리 절에서 기도하면 소원성취 된다는 과대광고가 날까 조심스러웠지만 보람 있고 좋았다. 겨울에 법당은 참 춥다.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면 법당 안의 다기 물이 얼 정도이다. 그런 날은 기도를 한다기 보다는 의무적인 의식이 된다.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속도도 빨라지곤 한다. 같이 동참하는 신도분에게 이런 마음이 들킬까 눈치도 보인다. 이렇듯 기도 시간은 온전히 `나 자신이 준비가 되었는가` 점검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기도를 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은 축원(祝願)을 할 때이다. 축원(祝願)은 말 그대로 `간절히 원하는 것을 비는 ..

소론(小論) 2024.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