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업품·관법품에 관련해서- 용수의 목적은 개념으로 나열되는 법의 오류에 대한 시정이다. 불멸 이후 점점 모호해지는 붓다의 교법이 체계성이라는 명목 아래 촘촘해 지는 것을 경멸했을지도 모르겠다. 알 수 없는 개념에 붙들려 있던 사고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은 어떨 땐 허무하기 보다는 시원하다. 이 공 사상을 바탕으로 유식 이론에 설득력이 생긴다. 유식 사상에서 종자 이론을 통해 설명하려 했던 업의 이론은 공 사상과는 차별점이 있다. 공 사상에서는 바로 ‘업(業)’ 이란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 17장 「관업품」 21송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어째서 행위(karma, 業)는 생겨나지 않는가? 그것은 ‘독자적인 존재성(svabhāva, 定性)’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생겨나지 않..